오래전에는 이명과 관련된 모든 현상을 달팽이관, 즉 말초 청각 기관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간주했다. 여기에는 ‘한쪽 귀에서만 들린다’ 또는 ‘양쪽 귀에서 다 들린다’는 이명 환자들의 표현이 바탕이 됐다.
그러나 1980년대 초 제8뇌신경 절제술을 받은 뒤에도 여전히 상당수의 환자들이 이명을 지각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명은 중추 청각 기관에 존재한다는 이론이 제시됐다. 이 이론은 여러 동물실험 결과를 토대로 큰 지지를 얻게 된다.
그렇지만 이명을 뇌 질환으로 분류하는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일일 수 있다. 이명은 ‘정신질환’이나 ‘히스테리’ 같은 뇌 질환이 아니다. 대뇌 청각 중추에서 청각 주파수 지도 ‘토노토피'(tonotopy)가 재조직화되는 과정 중에 이명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말초 청각 기관의 국부적 손상이 이명에 관여한다는 것도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낸 과학적 사실이다.
외유모세포는 내유모세포보다 더 쉽게 손상된다. 달팽이관 내에 내유모세포는 정상이지만 외유모세포가 손상된 영역이 존재할 수 있다. 이런 곳에서 개막(tectorial membrane)이 비정상적으로 내유모세포와 맞닿게 되면 내유모세포의 탈분극(depolarization)이 더 쉽게 일어난다. 이는 신경의 자발적 발화를 증가시키고, 결국 이명을 초래한다는 모델이 제시된 바 있다.
또한 외유모세포의 운동성 저하가 내유모세포의 민감도를 증가시켜 자발적 발화율을 증가시킬 수 있다. 외유모세포의 기능이 손상된 경우 내유모세포의 신경전달물질 분비량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소리 정보가 귀에서 뇌까지 전달되는 길은 신경을 흥분시키는 반응과 신경 흥분을 억제하는 반응의 수많은 조합이 이뤄내는 과정이다. 흥분과 억제 반응 사이의 상호작용은 말초 청각 기관에서 대뇌 청각 피질에 이르는 거의 모든 단계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각기관이 정상인 상태에서는 흥분과 억제 반응 사이의 균형이 잘 유지된다. 하지만 청각유모세포가 손상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 손상된 영역의 유모세포에서 해당 영역의 청각신경으로 전달되는 정보의 흐름이 줄어들게 된다.
이런 상황은 결국 억제 반응을 담당하는 신경의 역할을 저해하게 된다. 억제 반응이 약해진 상태에서 비정상적인 신경흥분반응이 일어나게 되며 자발적 발화율의 변화, 급발화(burst firing) 현상, 신경동조화(neural synchrony) 반응 등을 초래해 이명이 발생할 수 있다.
말초 청각 기관과 중추 청각 기관 모두 이명의 발생과 진행에 관여할 수 있다. 이명 치료에 관한 관심을 중추 청각 기관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모든 청각기관이 이명의 발생과 진행에 관여할 수 있음을 고려해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간혹 이명 때문에 청력이 나빠지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이명은 소음, 노화, 약물 등에 의해 청각기관에 문제가 생겨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청력은 정상인데 귀에서 ‘삐~’하는 소리가 들린다면, ‘청각기관의 특정 주파수 대역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뇌가 우리에게 보내는 고마운 알람 신호일 수 있다. 이 소리가 들린다면 청력 건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곽은이 사운드백신 대표(포항공대 분자신경생리학 박사)
중기협력팀